2TV [인간극장] 연출 의혹 제기
2008.09.18-
조회8162
▣ 시청자의 의견 [접수일 : 2008. 9. 11]
ㅇ 2TV [인간극장] <청옥씨 힘내세요, 9월 9일>
평소 휴먼다큐를 아주 좋아하는데, 최근에는 연출된 내용이라는 인상이 짙어 방송을 신뢰하기 어렵다. 9일 방송 내용 중 막내딸 지은이가 가게에서 엄마와 다투고 나갈 때와 집으로 들어올 때 옷이 달라져 있었다. 무슨 드라마도 아니고, 엄마와의 갈등으로 가게를 나갔던 딸이 분명 당일 집으로 들어오던 장면이었는데, 그렇다면 갈등도 다 연출인가 싶어서 참으로 착잡했다. 본인의 이웃이 얼마 전 이와 비슷한 프로그램에 출연했는데, 실제로 가까이에서 봤을 때 사는 모습보다 더 감동적이고 불쌍해 보일 뿐만 아니라, 일부는 사실과 다르게 나오기까지 했다. 감동과 재미를 끌어내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이해는 하면서도 프로그램에 대한 실망이 큰 것 또한 사실이다. 따라서 좀 더 책임감을 느끼고 제작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지적한 부분에 대한 의문이 풀리지 않으면 더 이상 「인간극장」에 대한 믿음이 무너져 볼 수 없을 것 같으니, 이 부분에 대한 해명을 부탁한다.
※의견제시자 : 조혜영
▣ 제작진의 답변 [외주제작팀]
<인간극장>은 드라마가 아니지만, 그렇다고 엄격한 의미의 다큐멘터리도 아닙니다. 굳이 말하자면 ‘리얼리티 드라마’ 라고 해야 할 겁니다.
한국의 방송에서 흔히 사용하는 ‘다큐멘터리’ 라는 용어의 개념을 간단하게 정의하면, ‘사실의 기록’이라 할 수 있는데 이런 정의도 시대와 사람에 따라 달라집니다.
예컨대, ‘비허구적 영화’ 라고 정의하는 사람도 있고, 웹스터사전에는, ‘어떤 사건이나 문화적 현상의 실제적 모습과 가치 등을 예술적 형식으로 기록하거나 묘사하는 것’ 이라고 설명돼있기도 합니다. 미국의 어떤 학자는 ‘감동적인 사건과 환경의 기록’ 이라고 정의합니다. 저희 KBS 프로듀서들이 생각하는 다큐멘터리는, ‘사실의 기록’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객관적 사실 뒤에 감춰져 있는 진실과, 그 진실을 찾아나가는 과정의 기록’ 정도로 설명드릴 수 있을 것같습니다.
<인간극장>도 ‘사실의 기록’ 이라는 차원에서는 다큐멘터리입니다. 다큐 중에서도 휴먼다큐멘터리이고, 휴먼다큐도 역시 다큐멘터리이기 때문에 연출을 최소화하면서 사실을 바탕으로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에서 어디까지가 연출이냐, 하는 문제와 그렇다면 연출을 절대 해서는 안되느냐, 하는 두 가지의 쟁점이 발생합니다. 이런 사전 전제를 바탕으로 답변을 드리겠습니다.
<인간극장> ‘청옥씨 힘내세요’ 2부에서 막내 지은이가 엄마에게 삐져서 가게를 나설 때와, 한 시간 반 후 집에 들어올 때의 옷이 달랐다는 지적은 맞습니다. 낮시간에 가게에 나와 있던 막내 지은이가 엄마에게 집에 함께 가자고 조르다가 꾸중을 듣고, 그래서 혼자서 가게를 나선, 비슷한 상황이 두 번 있었습니다.
지은이가 가게를 나서는 장면은 첫 번째 언쟁이 있던 날의 상황이고, 집에 들어오는 장면은 이틀 뒤, 똑같은 상황이 벌어진 두 번째 날의 상황이었습니다. 가게에서 언쟁하는 장면은 첫 번째 상황이고, 집에 들어오는 장면은 이틀 뒤의 상황이기 때문에 옷이 달랐던 것입니다. 이틀 간격으로 발생한 두 개의 똑같은 상황을 한 개의 상황으로 편집했습니다.
그렇게 편집한 사정을 말씀드리면, 첫 번째 날에는 지은이가 가게에서 나가는 장면밖에 촬영할 수 없었습니다. 왜냐 하면 지은이가 엄마와 다투고 나서 정말로 심하게 화가 나 촬영을 거부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몇 시간 뒤에는 화가 풀렸기 때문에 그날 오후 늦게부터는 다시 촬영을 할 수 있었지만요. 그런데 이틀 뒤 거의 똑같은 상황이 또 발생했습니다. 그런데 그날은 엄마와 다투는 장면은 촬영하지 못했고, 지은이가 집에 들어오는 장면만 촬영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두 개의 상황을 한 개로 묶어 편집하다보니 옷이 달랐던 것입니다. 엄밀하게 따지면 그런 식의 편집은 좋은 방법이 아니지만 똑같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감정이 자연스러웠고, 억지 연출이나 상황조작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현장 연출은 일체 없었습니다. 우발적으로 자연스럽게 발생한 상황이었습니다. 지은이가 너무 화가 나서 카메라가 계속 따라오는 것을 거부했다는 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연출된 상황이 아니라 실제 상황이었습니다.
두 개의 상황을 한 개의 상황으로 합친 편집도 당연히 연출의 일종입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두 개의 쟁점, 연출은 절대로 해서는 안되는 것인가? 연출은 어디까지 허용되는 것인가? 다큐멘터리 제작론에 가까운 이 두 가지 문제를 다시 검토해보겠습니다.
연출을 배제하고, 있는 그대로의 상황만을 가지고는 프로그램을 만들 수 없습니다. 예를 들자면, 눈물을 흘리는 주인공의 눈으로 줌인해 들어가는 촬영기법도 따져보면 연출입니다. 주위에서 주인공이 우는 모습을 보는 다른 사람들의 반응이나 전체 상황은 배제하고 주인공이 슬픈 상태라는 데에만 의도적으로 집중하는 것이므로, 일종의 연출입니다. 또 편집할 때 어떤 장면을 버리고 어떤 장면을 선택하는 것도 연출입니다. 이런 식으로 제작과정에서 발생하는 행위 하나 하나에 제작자의 연출의도가 반영돼있습니다. 다만 작은 연출이 너무 많이 모여서 결과적으로 조작에 가깝게 되는 상황에까지 도달하면 안될 것입니다.
<인간극장>은 주인공의 실제 삶을 가감없이 보여주지만, 수 개월, 혹은 수 년 동안 촬영할 수는 없습니다. 대개 3주에서 1개월 사이에 촬영을 마치는데요, 그 짧은 기간에 주인공의 삶을 다 보여줄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꼭 촬영기간에 발생하지는 않는다고 하더라도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상황들, 예컨대 사실은 주인공이 한 달 뒤에 친정에 가기로 돼있지만, 촬영기간에 가는 것으로 상황을 바꾼다던가.... 뭐, 이런 식으로 촬영기간에 많은 상황들을 집중시키는 상황 연출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100% 자연스러운 것이 좋지만 수개월 동안 촬영한다면 무엇보다도 주인공이 지치게 될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오히려 더 자연스럽지 않게 되겠죠. 그래서 조작이라고 할 정도의 과다한 연출은 절대로 하지 않지만, 자연스러움이 보장되는 한도 내에서 상황 연출은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시청자께서 의혹을 제기하신 부분, 즉 막내 지은이와 엄마가 언쟁을 벌이는 부분은 절대 연출된 상황이 아닙니다. 여기에서 지적하신 연출 의혹은, 아마도 일부러 싸우는 척 하라고 연기를 시킨 것 아니냐, 이런 의혹을 제기하신 것같은데, 절대로 주인공들에게 연기를 강요하지는 않습니다.
이번 상황은 두 번에 걸쳐 발생한 상황을 한 개의 상황으로 편집하다보니 옷이 달랐을 뿐, 절대로 억지 연기를 강요한 결과는 아닙니다. <인간극장>이 만들어진지 8년 5개월 되는 동안 그런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리얼리티를 포기하는 것은 자살행위입니다.
다만, 옷이 달라지는, 그런 편집이 어떤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도 있겠다, 이런 고민을 하긴 했습니다. 고민 결과, 막내 지은이와 엄마가 처해있는 안타까운 상황을 잘 보여줄 수 있는 중요한 장면이라고 판단돼서 옷은 달라지지만 그냥 이해하기 쉽게 한 개의 상황으로 편집했던 것입니다.
간단하게 요약했습니다만, 시청자께서 원하신다면 이런 제작 기법과 관련된 좀 더 자세한 설명을 별도로 해드리기를 희망합니다.
프로그램 제작과정에 대한 오해로 인해 <인간극장>에 대한 신뢰와 감동이 떨어지는 일은 생겨서는 안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도 저희 제작진의 양식을 믿고 계속 <인간극장>을 지켜봐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