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TV 올드미스 다이어리에 대한 올바른 평가를 기대한다"
2006.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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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위원회에 전달한
KBS시청자위원회 예능분과 의견서입니다.
"KBS 2TV <올드미스 다이어리>에 대한 올바른 평가를 기대한다"
대형 스타기획사들의 규모가 커지면서, 이런 기획사에 소속되지 않은 중견의 배우들의 설 자리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러한 연예산업의 구조는 방송 드라마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어 중년과 노년의 캐릭터가 점차 방송에서 사라지고 있습니다. 특히 시청률에 따른 광고수익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주소비층이 아닌 노인들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이 반복되면서 결국 방송에서의 노인의 모습은 젊은 남녀주인공의 뒷배경정도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KBS 2TV <올드미스다이어리> 이러한 상황에서 방송3사 모두를 포함하여 유일하게 노인들의 일상을 그린 프로그램입니다. 특히 늘 10대와 20대 대학생을 중심소재로 다루는 시트콤이라는 장르를 감안해본다면, 노처녀와 노인이 주인공인 시트콤을 기획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또한 프로그램 전반에 ‘효도’를 강조하는 메시지가 들어가는 등, 억지웃음을 주기 위해 기획된 다른 시트콤과는 차별화된 장점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러한 노력 덕택에 <올드미스다이어리>는 40대 이상의 중년층과 노년층 마니아팬을 확보하는 등, 이제껏 방송문화에서 찾아볼 수 없는 새로운 신드롬을 만들어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지난 7월 27일 ‘너에게만’편에서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뺨을 맞는 장면이 방송된 뒤, <올드미스다이어리>는 각 언론으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았습니다. 특히 그 직후 MBC의 <생방송 음악캠프>에서 ‘성기노출’ 사건이 터지면서, 각 언론사는 <올드미스다이어리>와 <생방송 음악캠프>의 문제점을 함께 묶어서 다루기 시작했습니다. 생방송 연예프로그램에서의 방송사고와 시트콤의 대본상의 문제는 엄연히 다른 것임에도, 이 둘을 함께 다루면서, <올드미스다이어리>에 대한 냉정한 비판은 사라졌습니다.
물론 공중파 방송에서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빰을 맞는 장면은 시청자들에게 충격을 주었을 것입니다. 제작진들이 어떠한 문제의식을 던져주기 위해 무리한 연출을 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에 대해서는 이미 제작진들이 사과공지를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연출이 노인경시 풍조를 조장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은 해당 프로그램을 본 시청자들이라면 누구라도 인정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오히려 기획의도는 이러한 노인경시 풍조를 비판하기 위한 것으로 보여집니다.
방송용 드라마나 시트콤에는 교정적 리얼리즘(corrective-realism)이 적용되어야 합니다. 설사 나쁜 현실을 드라마 속에 담아내더라도, 그러한 나쁜 현실을 개선하려는 취지가 있는 경우는 방송드라마에서 허용해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뺨을 맞는 장면이 현실에서 빈번히 일어나지는 않을 것입니다. 오히려 그 때문에 노년층 시청자들에게는 이러한 장면이 충격과 경악으로 다가왔을 것입니다. 이런 극단적인 장면이 과도하게 연출되었고, 이로 인해 제작진이 던지고 싶었던 주제의식이 묻혀버린 것은 제작진의 책임입니다. 하지만 이런 극단을 제외한다면, 현실에서든 방송에서든 노인층이 점차 소외받는 현실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노인층의 소외는 방송에서 반드시 다루어야 하고, 그 프로그램이 드라마나 시트콤이라면 바로 교정적 리얼리즘적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 어떤 프로그램도 의지가 너무 과하면 실수가 나오기 마련입니다. 특히 드라마나 시트콤은 더욱 더 그렇습니다. 그래도 공중파 방송의 드라마나 시트콤이라면 온가족이 편안하게 함께 보면서, 어떠한 주제에 대하여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메시지를 담아낼 필요는 있습니다. 이러한 기준으로 평가한다면 <올드 미스다이어리>는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을 만한 시트콤입니다. 과도하게 연출된 한 장면으로 프로그램 전체를 매도해버리는 현실은 안타까울 뿐입니다.
KBS시청자위원회 예능드라마분과는 <올드미스 다이어리>의 잘못된 부분은 지적하되, 이러한 프로그램의 취지는 계속 살려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KBS시청자위원회 예능분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