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북경내사랑] 극중 대사에 대한 제작진 답변
2006.03.18-
조회4788
북경내사랑의 연출자님과 작가님이 시청자에게 드리는 글입니다.
북경내사랑의 연출자인 이교욱 PD입니다.
지난 5월 17일 방송분 중 극중대사와 관련한 시청자와 네티즌들의 의견과 지적에 대해 감사드립니다.
지난 3회 방송분 중 여자 주인공 양쉬에가 자신의 회사에 취직하라는 장동(중국인)과의대화에서,
장동 : 양쉬에 졸업하면 뭘 할거니?. 나는 네가 우리 회사에서 일했으면 좋겠는
데... 양쉬에 : 전 한국 기업에 취직하고 싶어요.
장동 : 한국기업?. 내가 듣기로는 한국기업은 일도 힘들고 사람도 차별한다고 들
었는데....
양쉬에 : 오빠도 요즘 젊은애들 사이에 부는 한류열풍 아시죠?. 한국은 예전에
우리의 속국이었고 2개로 분단된 나라예요. 그런 작은 나라가 지금은
13억 인구를 가진 큰 나라에 영향을 주고 있어요. 그 힘이 어떤 건지 난
정말 알고 싶어요!.
장동 : 좋아, 그 얘긴 나중에 하기로 하자
위의 내용 중 중국 여자 주인공인 양쉬에의 ‘속국’이라는 표현에 대해 마치 한국을 비하하거나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는 시청자들의 의견이 있었습니다.
위의 표현 내용은 중국 여자 주인공의 한국에 대한 관심과 중국 네에 부는 한류의 영향력이 크다는 것, 그리고 한국 남자 주인공의 아버지 회사인 한국전자에 취직하고 싶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즉 과거의 역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현재의 우리가 살아가야 할 역사가 중요하다는 작가의 의도가 담겨 있다고 할 것입니다. 또한 중국인의 중화사상에 대한 경계나 중국인의 자존심에 대한 경계의 의미를 담고 싶은 작가의 의도도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속국’이라는 단어의 선택이 최선이었냐는 의견과 극중 표현의 부적합성에 대한 시청자들의 의견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며 프로그램을 책임지고 있는 연출자로서 책무의 중요성을 느끼며 대본검토나 촬영, 편집과정에서 좀 더 철저하지 못했던 점을 사과드립니다.
참고로 방송 직후 모니터링을 통하여 극중 표현의 문제점을 인지하고, 이미 아래와 같은 후속조치를 취했음을 알려드립니다.
① 다음 날(5월 18일)부터 방송되는 스카이TV 위성방송분과 오는 일요일 재방송
분에 대해 이미 수정 편집을 하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기 방송된 방송원본에
대해서도 편집시설이 배정되는 대로 수정 편집을 할 예정입니다 ( 5월 22일
예정).
② 중국 방송분에 대해서는 중국내 방송권자인 CCTV의 담당 PD와 상호 협의
를 거쳐 문제의 장면에 대한 삭제나 수정을 협의하고 있는 중입니다. 이는 국
제 관례에 따라 상대 방송국의 편성권을 존중하는 최소한의 필요한 절차입니
다. 다만, 수정에 대해서는 별 문제가 없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북경
내사랑>은 KBS와 CCTV 양 방송사의 방송교류라는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
에 중국 측도 이에 반대할 이유는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기회를 빌어 북경내사랑을 시청하고 있는 시청자와 네티즌 여러분들께 몇 가지 사항에 대한 이해를 구하려고 합니다.
첫째, <북경 내 사랑>은 합작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한국의 작가와 연출자 주도 하에 기획, 제작된 드라마입니다.
그래서 오히려 제작 과정에서도 지나치게 우리 위주의 판단이나 의식구조가 반영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극중 인물의 배치나 스토리라인의 설정 그리고 사건의 전개 등.........
저 자신부터가 중국에 대한 이해나 정보가 부족했고 특히 성장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는 경험영역이나 지식이 없었기 때문에 대본 작업이나 촬영 도중 혼돈과 어려움을 많이 겪었음을 고백합니다.
둘째, <북경내사랑>은 소재의 영역을 확대하기 위한 차원에서 기획되었고 그 어떠한 정치적, 역사적인 의도는 없다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특히 중국 측의 불순한(?) 의도나 요구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은 기우라는 점을 분명히 밝힙니다.
셋째, 따라서 드라마의 내용에 대한 비판이나 의견은 얼마든지 수용할 것입니다. 다만 이번일을 계기로 화교나 중국인들에 대한 막연한 오해나 욕설, 편견은 지양했음 합니다. 이번 일을 통해 엉뚱한 피해자가 생기지 않기를 희망하며, 뜻하지 않은 피해를 보신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의 뜻을 전합니다.
마지막으로, <북경 내 사랑>은 서로 언어가 통하지 않는 가운데서 상호이해와 존중이라는 취지 하에 양국의 연기자와 스탭들이 함께 어려움을 이겨내며 만든 작품입니다. 그러한 정신이 양국 시청자들에게도 전해졌으면 합니다.
다시 한번 시청자와 네티즌 여러분들의 좋은 지적과 의견들에 대해 감사드리며 추후에는 제작과정에서 좀 더 신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북경내사랑 작가입니다
먼저 “속국”이란 표현에 맘 상하고 분노하신 모든 분들게 마음 깊이 사과를 드립니다.
언어의 선택 하나하나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끼고 책임감을 통감하게 된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모든 분들이 가장 분노하시게 된 부분이 “한국은 예전에 우리나라의 속국이었는데...”라고 하는 극중 양설의 대사이었습니다.
가장 먼저 이런 대사가 왜 들어갔는지, 정말로 중국을 떠받들려는 의도인지, 아니면 한국은 중국의 오랜 종속국이었다는 것을 강조하려고 쓴 말인지, 아니면 또 다른 이유가 있는지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실 겁니다.
우선 이 대사의 출발은 2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한중합작 드라마의 집필을 하기로 하고 중국 현지에서 다양한 젊은이들을 만나 취재를 하는 중이었습니다.
취재 기간 내내 저를 괴롭힌 것은 중국 젊은이들의 아주 투철한 중화사상이었습니다.
전 세계는 중국을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뿌리깊은 자만심이었죠.
마치 배달민족이 우리의 자긍심이라면 그들에게는 중화인! 즉 세계의 중심인이라는 것이 자긍심이었던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은연중, 우리나라가 짧은 기간에 이루어놓은 눈부신 경제성장과 흔히 한류라고 하는 문화적 성장에 적지않이 부러워 하면서도 경계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많이 접하게 되었습니다.
한중합작 드라마를 준비하면서 이 부분이 저에게는 일종의 딜레마였습니다. 어짜피 한국인인 제가 집필을 하고 대부분의 한국배우가 출연하는 드라마라면 중국인들이 느끼는 감정은 분명 부러움과 경계심으로 바라볼 것이다. 특히 중국을 비하하는 발언에 상당히 민감할 것이고 그것은 어쩌면 내가 생각지도 못했던 대사나 상황에서 안티를 맞게 될 것이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사실이 그랬습니다. 대본의 수정작업에만 2년이 넘게 걸린 것은 제가 우려했던 바로 그 부분이 제일 문제가 되었던 것입니다.
그 과정은 정말 힘든 기간이었습니다. 고성이 오가고 싸움도 하고, 포기하려고 마음먹은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습니다.
서로에 대한 한치의 양보도 없이 팽팽하게 설전을 벌이던 어느날 전 중국인 한분에게서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한국의 문화나 경제성장은 미국의 영향 때문에 이루어진 것 아니냐? 지금은 너희들이 미국에 종속되어 있지만 언젠가는 예전처럼 다시 중국의 영향권 아래 들게 될 것이다...”
한국인으로서, 대한민국의 자주국민으로서 떨리는 수치심과 분노를 참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영향권에 있지 않다! 고 자신있게 말할 수 없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때 이런 생각을 했었습니다. 설전을 벌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인식을 바꾸는 일이다. 그때 극중에 출연하는 중국 젊은이들의 대사에 옛날에는 한국을 이런 식으로 생각했지만 지금은 아니다 라는 말을 꼭 넣어야 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건 제 스스로 우리나라는 중국의 속국이었다고 조아리는 사대적인 표현이 절대 아니었습니다. 만일 극중 한국인이 그런 대사를 했다면 전 모든 지탄을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중국 젊은이들이 현재 생각하고 느끼는 것들을 드러내놓고 비록 당신들이 이렇게 생각하지만, 아니 죽 과거로부터 생각해왔지만 한국은 그런 나라가 아니다, 오히려 13억의 인구에게 영향을 주는 그런나라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겁니다.
이 드라마는 경쟁이나 서로의 우월성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합작이라는 취지에 걸맞게 서로의 잘못된 관점들을 바로잡고 우의를 다지자는 것이었기에 이런 저런 부작용에 대한 조바심이 상당히 컸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에서 여러분의 심정을 알게 되었을 때 상당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아, 이런 부분을 미처 생각지 못했구나...
많은 분들의 의견, 충심으로 감사하며 받아들입니다...하지만 작가의 의도가 전혀 그런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이해해주신다면 글을 쓴다는 것에 대한 책임감과 중요도가 얼마나 큰 것인가를 겸허히 받아들이는 기회로 삼고 싶습니다.
다시한번 '속국'이란 표현에 상처받으신 모든 분들에게 사과의 말씀을 드리면서 단 한가지, 한국과 중국, 양국간의 좋은 취지로 만들어진 드라마가 자칫 양국의 국수적인 감정들을 자극하게 되거나, 무차별적인 인신공격이나 타국가와 타민족에 대한 극단적인 배타심으로 가지 않기를 소망할 뿐입니다.
작가를 떠나 대한민국에 사는 한사람으로서 정말로 가까운 미래에는 “우리민족은 어떤 강대국의 영향도 받지않고 스스로 떳떳하고 자주적인 민족”임을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는 그날을 위해 열심히 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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